AI 에이전트에게 쇼핑과 예약을 맡기는 시대가 열렸지만, 정작 웹사이트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옐프와 델타항공, JP모건과 찰스 슈왑이 잇따라 접근을 막으면서 에이전트가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줄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막히고 있는 사이트들
미국 IT 매체 더버지는 10월 17일 메타의 뮤즈, xAI의 그록, 오픈AI의 닷츠, 인스팅트 등 여러 AI 에이전트 사용자가 최근 몇 주 사이 작업이 차단됐다는 보고를 잇달아 올렸다고 보도했다. 막은 쪽은 대형 플랫폼과 금융사다.
옐프는 자사 데이터 라이선스 유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AI 에이전트만 허용한다고 테크크런치에 확인했다. 델타항공은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항공권을 예약하는 것을 막고 있다. JP모건체이스와 찰스 슈왑은 보안 우려를 이유로 에이전트의 계좌 접근을 차단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찰스 슈왑의 방침은 블룸버그가 10월 16일 처음 전했다.
아마존은 이보다 앞서 퍼플렉시티의 쇼핑 에이전트를 차단하고 소송을 냈다. 최근에는 메타 뮤즈의 접근도 "지속적인 접근이 자사 사이트 정책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막았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전에 작동하던 자동차 정보 사이트 카스닷컴과 암트랙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두 곳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므로, 다른 기업들도 조용히 차단에 동참하고 있을 가능성으로 읽히는 정도다.
아마존과 퍼플렉시티 소송이 남긴 선례
지난해 11월 아마존은 퍼플렉시티의 쇼핑 에이전트를 자사 사이트에서 쓰지 못하게 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퍼플렉시티는 아마존이 광고 노출을 줄이려는 것이라며 반발했고, 법원은 처음에 퍼플렉시티 손을 들어주는 듯했다. 1심 법원이 에이전트 중단을 명령했지만, 2026년 8월 항소법원이 이 결정을 뒤집었다.
아마존은 이후 수정 소송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법원이 한 번 뒤집었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플랫폼에 신호를 줬다. 소송으로 막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편이 빠르고 확실하다.
여기서 플랫폼의 이해관계가 드러난다. 퍼플렉시티는 아마존이 광고를 보는 사람 눈알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마존 검색 결과는 광고와 상품 목록이 섞여 있고, 에이전트는 그 광고를 보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대신 구매하면 매출은 남아도 광고 재고는 팔리지 않는다.
금융사가 계좌를 닫은 이유
은행의 차단은 사고 위험이 더 직접적이다. JP모건과 찰스 슈왑이 내세운 이유는 보안이다. 계좌 잔액을 조회하고 이체를 실행하는 권한을 외부 소프트웨어에 넘기는 일은, 은행 입장에서 고객 손실과 규제 책임을 동시에 떠안는 결정이다.
금융권에서 이 문제는 이미 오래된 숙제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처럼 이용자 동의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접근은 제도권에서 정해진 절차를 밟는다. AI 에이전트는 그 절차 밖에서 사람처럼 화면을 조작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인증 체계를 우회하는 접근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도 같은 구조가 있다. 국내 은행과 증권사 앱은 화면 캡처와 자동화 도구를 막는 보안 솔루션을 오래전부터 적용해 왔다. AI 에이전트가 사이트를 조작하는 방식은 그 탐지 대상과 정면으로 겹친다. 해외 사례에서 나타난 차단이 국내 금융 앱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여지가 크다.
메타가 택한 다른 길
메타는 차단당하는 쪽이면서 동시에 협상하는 쪽이다. 회사는 이달 초 공식 블로그에서 "개인 에이전트를 막는 것은 그 뒤에 있는 고객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업체와 함께 근본 원인을 풀고 싶다는 입장도 밝혔다.
말뿐이 아니라 노선을 바꿨다. 메타는 월마트, 갭, 세포라, 베스트바이 같은 유통업체와 직접 손잡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쇼피파이도 자사 상점 네트워크를 더 많은 AI 에이전트에 개방했다. 플랫폼 전체를 상대로 자동화하는 대신, 동의한 판매자와 계약 관계를 맺는 쪽이다.
진영 | 대표 사례 | 접근 방식 |
|---|---|---|
차단 유지 | 아마존, 옐프, 델타항공 | 자체 정책과 기술 차단, 소송 병행 |
보안 우선 | JP모건체이스, 찰스 슈왑 | 계좌 접근 원천 차단 |
협력 노선 | 메타, 쇼피파이 | 판매자 개별 계약과 전용 연동 |
표에서 보듯이 업계는 하나의 답으로 모이지 않았다. 차단과 협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어느 쪽이 표준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용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것
AI 에이전트를 써 본 사람이라면 체감이 빠르다. 지난달까지 되던 작업이 갑자기 멈춘다. 예약은 마지막 결제 단계에서 막히고, 쇼핑은 장바구니까지 담기다가 끊긴다. 에이전트는 실패 이유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차단인지 오류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쌓인다. 레딧에는 뮤즈에 연결한 구글 계정이 "의심스러운 활동"으로 정지됐다거나, 월마트 결제가 막혔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다만 이는 이용자 개별 경험이고 사측이 확인한 사실은 아니다.
AI 에이전트의 가치가 흔들리는 지점
AI 보안 평가 기관 에퀴스탬프의 크리스 캐널 대표는 더버지에 이 상황이 앤트로픽과 오픈AI 같은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에 "분명히"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에이전트가 온라인에서 무엇이든 대신 해준다고 광고했는데, 막는 회사가 늘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든다. 이용자가 돈을 내고 산 능력의 범위가 계약 밖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업계의 다음 쟁점은 기술이 아니라 규칙이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에이전트를 허용할지, 데이터 사용료는 어떻게 매길지, 이용자가 직접 승인한 자동화와 무단 스크래핑을 어떻게 구분할지가 남아 있다. 아마존과 퍼플렉시티 소송의 수정된 쟁점도 결국 그 선을 어디에 긋느냐다.
지금 에이전트를 쓰는 사람이 할 일
차단은 갑자기 온다. 어느 날 아침 에이전트가 멈춰 있는 식이다.
에이전트에 맡기는 작업이 결제나 계좌 조회를 포함한다면, 실패에 대비한 대체 경로를 남겨두는 편이 낫다. 예약과 구매는 마지막 단계를 직접 확인하고, 계좌 관련 자동화는 금융사 약관에서 허용 여부를 먼저 본다. 에이전트가 알려주는 성공 메시지와 실제 결제 내역을 대조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업계의 방향은 앞으로 몇 달 안에 더 분명해질 것이다. 아마존 소송의 이후 판단과 메타의 유통업체 연동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가 기준점이 된다. 그때까지는 "무엇이든 대신 해준다"는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