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내부 연구 모델인 클로드에게 전갈독 신경독소에 붙는 단백질 설계를 맡겼다. 64시간 뒤 실험대에 올라간 211개 가운데 17개가 결합에 성공했다. 확인된 것은 결합까지다.
앤트로픽이 클로드에 맡긴 것은 설계였다
실험은 10월 20일 앤트로픽 연구 블로그에 공개됐다. 발주처가 제약사가 아니라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금융 조사 업체인 시트리니 리서치가 제안했고, 앤트로픽 생명과학팀이 내부 연구 모델을 붙였다. 모델은 클로드 사이언스 환경에서 돌았다.
사람이 개입한 지점은 적다. 처음 던진 지시문 하나와 추가 질문 네 번이 전부다. 나머지 64시간은 모델이 알아서 움직였다. 설계 도구 12개를 골라 쓰고, 데이터를 분석해 그래프를 그리고 보고서 초안까지 직접 썼다. 사람은 감독하고 승인했다.
318,484개 설계에서 17개가 남기까지
클로드가 만든 단백질 설계는 318,484개다. 이 가운데 553,052쌍을 접고 걸러내는 데 약 1만 GPU 시간이 들었다. 모델은 180개를 스스로 골랐고, 연구팀이 31개를 보태 211개가 실험대로 갔다.
실험은 두 곳에서 진행됐다. 아답티브 바이오는 세포 없이,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는 사람 신장세포에서 만든 Fc 융합 시료로 시험했다. 결합 측정은 SPR 방식으로 했다. 남은 17개는 두 곳 모두에서 신호가 잡혔고, 반복 측정에서도 일관됐으며, 결합 친화도가 1µM 이하였고, 무관한 단백질 CLEC12A에서는 신호가 없었다.
독소별로 결과가 갈렸다
분포는 고르지 않다. 멕시코 전갈의 Cn2에 7개, 북아프리카 AaH II와 AaH I에 각각 4개, 중동 LqhIII에 2개가 붙었다. 브라질 전갈의 Ts1을 겨냥한 설계는 하나도 통과하지 못했다.
한 목표는 완전히 실패했다. 단백질 하나가 여러 독소를 동시에 붙잡게 하는 설계다. 다중 독소 설계는 전부 기준을 넘지 못했다. 반면 단일 독소 설계 60개 중 11개가 통과해 적중률 18%를 기록했다. 통상적인 단백질 설계 실험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합과 치료 사이에 놓인 것들
가장 센 후보는 Cn2-B1과 Cn2-B2다. Cn2에 대해 한 자릿수 나노몰 수준의 친화도를 보였고, 경쟁 실험에서는 기존 중화 항체와 비슷한 부위에 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실험은 결합만 확인했다. 세포 환경에서 독소를 무력화하는지, 동물에서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앤트로픽도 항독소를 만들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세포 실험, 동물 실험, 안전성, 제조 가능성, 가격까지 다섯 단계가 남아 있다.
전갈독에 이 방법을 쓰는 이유
전갈에 물리는 사람은 해마다 120만 명을 넘고, 그중 3,250명 이상이 숨진다. 의료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이 특히 위험하다. 세계보건기구가 방치된 열대질환으로 분류한 이유다.
기존 항독소는 말에 독을 주입해 항체를 만들고 혈장에서 뽑아낸다. 몇 달이 걸리고, 특정 독소에만 듣고, 값이 비싸다. 시장성이 낮아 새로 투자할 이유도 적었다. 값싼 설계 도구가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지가 이번 실험의 질문이다.
앤트로픽이 공개한 자료와 남은 판단
앤트로픽은 211개 설계와 실험 데이터를 허깅페이스에 올리고 기술 보고서도 공개했다. 스페인 국립암연구센터의 수사나 바스케스 토레스는 희망적인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덴마크공과대학의 티모시 P. 젠킨스는 AI 기반 치료제 발견의 전환점 사례라고 보면서도, 결합에서 약까지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8월의 단일 지시 실험과 달리 이번 작업은 주고받으며 64시간을 끌었다. 모델이 스스로 판단하는 구간이 길어졌다는 뜻이다. 다음 검증은 세포와 동물 실험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