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드를 짜면서 개발자용 버전 관리 도구가 한계에 부딪혔다. 앤스로픽이 5개월에 걸쳐 자체 시스템을 만들어 깃에서 완전히 갈아탔다.
앤스로픽이 깃을 버린 이유
앤스로픽이 지난 10월 14일 엔지니어링 블로그를 통해 자체 개발한 버전 관리 시스템 사이온(Scion)을 공개했다. 회사는 사내 모노레포(monorepo)를 깃(git)에서 사이온으로 완전히 옮겼다. 이 작업에 들어간 기간은 5개월이다. 참여한 엔지니어는 7명이었다.
이유는 코드 양이 감당이 안 됐기 때문이다. 앤스로픽에 따르면 지난 5월 하루 평균 코드 변경 사항은 약 2500건이었다. 9월에는 3만 건을 넘었다. 네 달 만에 12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회사는 "클로드가 코드를 쓰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병목이 사람 규모에 맞춰진 개발자 인프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깃은 원래 분산형 시스템이다. 각자가 저장소 전체를 복사해 두고 오프라인에서도 이력과 변경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설계됐다. 대부분의 저장소에는 맞는 설계지만, 앤스로픽처럼 하루에 수천만 건의 체크아웃이 발생하고 이력만 100GB에 육박하는 환경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사이온은 어떻게 생겼나
사이온은 깃의 분산 구조를 대신해 대규모 중앙 집중식 작업에 맞춘 구조를 택했다. 회사는 사이온과 함께 코드 리뷰 화면인 앤티크(Antique), 코드 검색, 세밀한 권한 관리(IAM) 체계, 대량의 검토된 코드를 관리하고 반영하는 새 방식을 같은 기간에 만들어 함께 배포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은 사이온을 만든 과정 자체다. 회사는 "클로드가 코드를 쓰는 능력이 문제를 만든 원인이자, 이 문제를 해결할 고품질 시스템을 빠르게 만든 방법"이라고 적었다. 다시 말해 AI가 만든 코드가 기존 도구를 무너뜨렸고, 그 AI가 그 도구를 대체할 시스템을 다시 만든 셈이다.
개발자에게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일반 개발자가 당장 사이온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앤스로픽은 사이온이 모든 사람을 위한 깃 대체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의 작업 규모가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직은 가까운 시일 안에 이런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이 사례가 던지는 신호는 분명하다. AI 코딩 도구를 적극적으로 쓰는 팀이라면, 코드 생성 속도가 버전 관리와 빌드, 지속적 통합(CI) 같은 기존 인프라의 한계를 먼저 건드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앤스로픽은 "우리가 겪은 압박을 다른 곳도 곧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이온에서 달라진 것
- 모노레포를 깃에서 분리해 자체 시스템으로 이전
- 대량 변경을 중앙에서 처리하도록 재설계
- 코드 리뷰·검색·권한 관리를 같은 기간에 구축
- 약 2500건에서 3만 건으로 늘어난 일일 병합 대응
그대로 남은 것
- 깃은 여전히 대부분 저장소의 표준
- 사이온은 대외 공개 제품이 아님
- 일반 조직에 필요한지는 미검증
이 사례가 남긴 물음
그렇다면 일반 개발자도 곧 바뀌게 될까. 앤스로픽의 설명은 자사 경험담에 가깝다. 사이온이 실제로 대규모 동시 작업에서 깃보다 얼마나 안정적인지에 대한 외부 검증은 아직 없다. 회사가 제시한 수치는 자체 운영 데이터이므로, 다른 환경에서 그대로 재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방향은 짚을 만하다. AI가 코드 생산량을 끌어올리면,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 온 개발 도구들이 순서대로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깃, 빌드, CI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무너질지는 팀마다 다르겠지만,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앞으로 볼 것
앤스로픽이 사이온의 설계와 운영 경험을 어디까지 공개하고, 다른 조직이 비슷한 문제를 겪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내놓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깃을 대체할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등장할지, 아니면 대형 AI 기업들이 각자 자체 시스템을 만드는 흐름으로 갈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