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가 10월 27일 공개한 월드 모델 '지니 4'는 영상을 뽑아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돌아가는 장면에 말로 손을 대 날씨와 등장인물을 바꿀 수 있고, 소리도 화면과 함께 만들어진다.
지니 4는 무엇이 달라졌나
월드 모델은 다음 순간을 예측해 가상 공간을 굴리는 AI다.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한 2024년 1세대를 거쳐, 지니 4는 이용자가 안을 걸어 다닐 수 있는 3차원 세계를 실시간으로 만들어 낸다. 앞선 지니 3가 같은 장면을 약 1분 유지했던 데 비해, 지니 4는 최장 2분까지 늘렸다. 물리 움직임은 더 자연스러워졌고 등장인물의 행동도 사람에 가까워졌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번 버전을 연구 프리뷰 형태로 먼저 열었다.
지니 3에서 지니 4까지
지니 시리즈는 2024년 2월 단일 이미지에서 2차원 픽셀 세계를 만들며 출발했다. 2025년 8월 지니 3가 720p, 초당 24프레임의 3차원 세계를 실시간으로 생성했지만, 처음에는 장면이 몇 초 만에 무너졌다. 2026년 3월 업데이트로 유지 시간이 1분 안팎으로 늘었고, 7개월 뒤 지니 4가 2분과 오디오를 들고 나왔다. 같은 기간에 구글은 프로젝트 지니를 구독자에게 열며 사업화의 물꼬도 텄다.
영상 생성 도구와 무엇이 다른가
영상 파일을 뽑는 일과 세계를 굴리는 일은 어떻게 다를까. 영상 생성 모델은 한 번 만들면 결과가 고정된다. 마음에 안 들면 조건을 바꿔 처음부터 다시 뽑아야 한다. 지니 4는 반대다. 만들어진 세계가 계속 돌아가고, 그 위에 지시를 얹는다. 이용자가 무엇을 하든 다음 장면을 새로 계산한다. 파일을 뽑아 두는 도구가 아니라, 켜 둔 채 안을 오가는 공간에 가깝다.
말로 날씨와 등장인물을 바꾼다
이용자는 시뮬레이션이 돌아가는 도중에 문장을 넣어 장면을 바꿀 수 있다. 날씨를 흐림에서 맑음으로 돌리거나, 카메라 각도를 옮기거나, 새 인물과 사물을 끼워 넣는 식이다. 영상을 다시 만들고 줄 서서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굴러가는 세계에 곧바로 개입하는 셈이다. 바꾼 지시는 지금 장면의 흐름 위에서 처리된다. 문장 하나로 무대 전체가 흔들린다는 점이 이 모델의 핵심이다.
소리를 따로 입히지 않는다
지니 4는 구글이 내놓은 실시간 월드 모델 가운데 오디오를 자체 생성하는 첫 모델이다. 환경음과 음악, 그리고 장면에 맞는 실시간 대화까지 함께 만들어진다. 별도로 소리를 입히는 후작업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음성과 화면은 같은 과정에서 나온다. 영상을 다 만든 뒤 소리를 붙이는 기존 방식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2분이라는 시간이 갖는 의미
장면이 오래 유지된다는 건 단순히 길어진 게 아니다. 등장인물이 대화를 주고받고 표정을 바꾸고, 자동차가 들어와 멈추고 물이 튀는 사건을 한 흐름 안에서 이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세대에서는 중간에 장면이 흐트러지기 일쑤였다. 회사는 물리 표현이 더 실제에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2분은 여전히 짧다. 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굴리기에는 모자란 길이이다.
제미나이가 감독을 맡는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감독 역할로 붙였다. 제미나이가 단계를 짜고 화면을 점검하면, 지니 4가 시각 장면을 만든다. 로봇 연구 실험에서는 제미나이 4 아르곤 모델이 과제를 여러 단계로 나누고, 지니 4가 이를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실제 로봇을 돌리기 전에 가상 공간에서 먼저 시험해 보는 길을 보여 준 사례다. 연구를 이끈 테하스 쿨카르니는 제미나이가 코드와 글을 쓰고 지니가 이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는 혼합 월드 모델을 언급했다.
게임과 로봇에서 쓸 자리
회사가 꼽는 상업적 쓰임새는 게임, 상호작용 학습, 로봇이다. 상호작용 학습의 예로는 역사 그림 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상황이 제시됐다. 앞서 지니 4를 써 본 신뢰 테스터들은 영화 시제품 제작이라는 새 용도를 찾아냈다. 구글에는 고화질 영상과 동기화된 오디오를 만드는 비오, 시제품을 완성품으로 옮기는 제미나이 옴니도 있다. 후자는 더 기다려야 한다고 회사는 밝혔다.
아직 남은 한계
회사는 시뮬레이션이 길어질수록 세부 묘사와 사물이 흐트러지기 쉽다고 인정했다. 오디오의 정확도와 화면 안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문제도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엔지니어 디에고 리바스는 지니 4가 아직 초기 단계이며, 끝에서 끝까지 이어지는 제품 경험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월드 모델 경쟁은 어디쯤인가
이 시장은 빠르게 합쳐지고 있다. 두 달 전에는 런웨이가 두 번째 월드 모델 'GWM 월즈 2'를 내놨다. 리 페이페이가 세운 월드 랩스는 AMD에 82억 달러에 인수됐고, 아마존은 데카트를 약 70억 달러에 사들이는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안은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을 위해 서드 디멘션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언론 보도 기준이다.
지금 누가 쓸 수 있나
지니 4는 우선 신뢰 테스터에게 연구 프리뷰로 열렸다. 앞으로 몇 주 안에 프로젝트 지니 앱을 쓰는 구글 AI 울트라 구독자와 제미나이 API, 구글 AI 스튜디오의 초기 파트너에게 순차로 풀린다. 일반 이용자가 곧바로 손에 쥐는 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관심이 있다면 구독자 대상 공개 시점을 지켜보는 편이 낫다.






